데미안 /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또 다른 자신인 데미안을 통해 성장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책이다.
싱클레어는 집이라는 질서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집 바깥의 혼돈의 세계에도 관심이 있었다. 싱클레어가 혼돈의 세계에 손을 잘못 내밀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데미안이 나타나 구해준다. 데미안은 카인을 옹호한다.
싱클레어는 대학에 입학한 후 다시 술집을 들락거리며 혼돈의 세계로 기울지만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과 피스토리우스의 인도를 통해 다시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싱클레어는 알을 깨고 나오고 있는 새의 그림을 그려 데미안에게 보내고 데미안에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는 답장을 받는다.
전쟁이 터지고 부상중인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나타나 자신은 떠날 것이며 자신이 필요할 때 자신 안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는 사라진다.
불교 경전을 읽는 것 같았다. 석가모니께서는 유언으로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말을 남기셨다고 하는데, 데미안이라는 책도 자기 내면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아브락사스- 신이기도 하면서 악마이기도 한 존재로 거듭날 것을 독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젊은이가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부터 대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데미안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 남이 정해준 내일의 방향성을 골라 잡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학생들에게 많은 고민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라는 문장이 가장 유명한데, 실로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 문장인 것 같다. 알은 세계이고 새가 잉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에는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기 위해서는 깨고 끊어내야만 하는 껍데기이다. 충분히 성장한 새는 알이 답답할 것이다. 새가 날고 자기 자신의 세계와 운명을 오롯이 쓰기 위해서는 알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낳고 키우고 품어준 알을 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신부님이 아무리 있다고 말씀하셔도 자유 의지란 없어'라는 문장은 평생 알 속에서만 살다가 죽는 새들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을 나오기 위해서는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알을 깨고자 하는 사람이 더 적기 때문에 아브락사스가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이 결합되어 있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고 생소하며 이상하기 때문에 악마적인 속성이라고 까지 비추어 지는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다 보니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힘든 고행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가 가는데, 알 속에서 나오고자 투쟁하지 않는 존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은 아예 없다. 개인적으로는 헤르만 헤세가 알 속에서 "왜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할 지 궁금하다.
인용구
생각이란 우리가 그대로 따르고 살 때에만 가치 있어. 85p.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 112p.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122p.